3부: 포닥 연구 일기/포닥 일기

해외 학회 참석 다섯 번째 후기 (24.07.18)

Jinsustory 2024. 7. 19. 12:56

 

우리 분야의 소규모 학회를 다녀왔다. 4박 5일, 콜로라도 주에서 열렀고 5년 주기로 "미국"에서만 열리는 학회이다.

 

 

"Foundations of Computer Aided Process Design (FOCAPD)"

 

미국에서 포닥 생활을 하면서 나름 활동적으로 여러 학회에도 참석하였던 것 같다. 한국으로 돌아가기전 마지막 현지 학회였는데, 몇 가지 느낀점을 적어본다.

콜로라도 브리큰릿지- 해발 높은 곳에 있어서 여름인데도 서늘했다. 동네가 조용하고 깔끔하니 평화로워 보였다.

 

 

첫날 도착해서 랩 메이트와 신나게 먹방을 했던 기억

 

[1] 소규모 학회

• 소규모 학회여서 그런지 여러 세션이 동시 다발적으로 흘러가지 않았고, 한 호텔을 빌려서 월화수목금 5일 동안 한 장소에서만 연사들이 talk을 했다.
• 호텔 안에서 아침과 점심을 주었다. 쉬는 시간에는 커피와 과일 등의 간식거리를 입에 넣으면서 주구장창 발표만 들었다. 이것이 생각보다 고된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ㅎㅎ 못알아듣는 영어 표현들도 많았고, 중간중간 졸기도했다.
• 연사들 발표가 끝나면, 저녁 시간은 알아서 해결. 이후, 밤 시간 (2시간) 동안 포스터 세션이 있다. 술을 포함한 음료와 디저트를 줬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대학원생들, 포닥, (심지어) associate-level 교수님들이 포스터를 걸어두고 대화의 장이 열린다.
• 소규모 학회는 이렇게 진행되는 것이구나를 느꼈다 - 특히 우리 분야여서 논문에서만 봤던 스타 교수님들을 직접 보고 in-person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은 굉장히 큰 장점이다.

 

 

[2] 소규모 학회로부터 배운 것들

•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전체적인 연구가 어떤 방향으로 드라이브가 걸려서 흘러가는 지를 배웠다는 점이다.
• 국가 레벨의 정책으로부터 파생된 연구의 맥락 & 대규모 펀드가 흘러들어가는 방향 & 회사에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려고 하는 것들 등등.. 
• 두 번째로 배웠던 것은 - Terminology이다. 내가 풀고 있는 문제가 정확히 어떤 문제로 분류되는지와, 무슨 문제를 풀고 있는지에 대해서 보다 정확한 표현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 Terminology는 이미 정립된 학문의 분야에서 사용되는 방법론/결과 등을 간결하게 표현하기 위함이다. 이를 활용해서 보다 compact한 논리 전개가 가능해진다. 나같은 초보연구자에게는 약간의 장벽처럼 느껴졌던 것들이지만, 올바른 terminology와 더불어 정석적인 이론 & 방법론을 올바로 적용하지 않고서는 메인스트림에 낄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ㅎㅎ
• 이론과 방법론에 대한 공부가 탄탄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론이 뒷받침된 이후, 문제를 푸는 것은 specific application이기 때문에, 문제 해결에 대한 실마리를 교과서에서 찾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연구 결과를 심사 받기도 쉬워진다.
• 학회 기간 동안 유명한 사람들의 검증된 논문들 & 교과서들을 많이 적어왔다 - 숙제거리들이다. 근본없이 학생들의 연구를 지도/교육하면, 결국 나의 name-value가 어느 이상 올라갈 수 없게 된다.
• 이런 측면에서 미국 박사들이 유리한듯하다 - 대가들 밑에서 정석적으로 배워서 외부에서는 검증이 되었다고 보기 때문에 비교적 포닥 기간도 짧고, 스타급 대학원생들은 졸업 전에 교수 오퍼 받는 것들도 종종 본다.

 

 

[3] 빅 페이퍼와 연구의 지향점

• 우리 분야는 비교적 이론과 계산에 가까워서, 빅페이퍼를 쓰려면 굉장한 노력의 분석이 필요하다.
• 무조건적으로 빅 페이퍼를 지향하지 않는 교수님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너무 시류에 흘러가지 않고, 이론 & 알고리즘 & 계산 분야의 연구를 리딩하면서 소프트웨어도 개발하고,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이런 교수님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 연구의 지향점을 어디에 두는지가 다시 한번 중요하다고 느낀다. 논문을 위한 연구가 되지 않는 것. 실질적인 기여가 있는 연구가 되어야 한다는 점..!

 

[4] 5년의 의미 & 네트워킹

• 우리 분야의 국제 학회는 크게 3가지가 있다. 5년 주기의 미국 학회 / 3년 주기의 국제 학회 (아시아-유럽-미국) / 1년 주기의 유럽 학회
• 5년이라는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1) 5년은 한명의 박사과정이 학위를 받는 시간이기도 하여 - 신선한 연구자들이 계속 유입된다는 점, (2) Incremental research가 아닌 big-step으로써의 분야에서 이룬 굵직한 성취들을 보여주는 자리라는점 등등의 의미가 있는 듯하다.
• 세대교체가 점진적으로 되면서, 너무 고인물 학회가 되지 않도록 노력을 많이 하는듯하다.
• 여기에서 발표하려면 어떻게 하냐고 PI에게 물었더니, 열심히 학회 활동을 하고 논문을 쓰고 좋은 평판이 쌓이면 언젠가 invitation이 올 것이라고 하였다.
• 네트워킹에도 크게 도움이된다. 우리 분야 학회라지만, 그 안에서도 무수하게 연구의 방법론과 적용이 달라지고 꽤나 큰 네트워킹의 기회가 있다.
• PI가 다른 한 교수를 나에게 소개시켜주었다. 내가 새로운 분야를 확장하는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향후 2년안에는 공동연구로 논문까지 써보는 것을 목표로..!

 

 

[5] Solicited Advice for the Incoming Assistant Professor

• 한국에서 교수 잡을 구했다고 small talk을 던졌는데, 반갑게들 축하해주었다. 고인물 세계에 온 뉴비 같은 느낌..?
• 여러 교수들로부터 조언을 구했고, 몇가지 적어본다.
• 강의 준비: 최소 세 학기는 지나야 안정권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강의 평가를 포함한 피드백이 필요하기에) -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말라고 했다. 시간이 많이 들어갈수록 퀄리티가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나, 이 장점은 학생들이 누리게 된다. 하지만 연구를 놓치기 쉬워진다. 조언을 해준 교수는 본 업무 시간에는 연구를 하고, 저녁시간 이후부터 잠들기 전까지의 시간까지 데드라인을 정해두고 강의준비를 한다고 하였다.
• 시간 분배의 문제: 다른 교수도 비슷한 조언을 해주었는데, 시간을 어디에 써야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이다. (1) 내가 꽤 잘할 수 있는 일, (2) 적당히 해도 괜찮은일 등등 일의 종류가 다양하고 - 학교가 원하는 것이 다르기에 & 본인의 철학에 맞게 시간을 분배해야 된다는 점..!
• 학생을 최대한 빨리 뽑으라는 조언: 스타트업 펀드를 활용해서 최대한 학생을 빨리 뽑아야 궤도에 금방 올라간다는 조언이었다 :)


PI와 미국에서의 마지막!

 

 

이렇게 미국에서 얼마남지 않은 날 중에서 일주일이 흘러갔다.

오늘의 일기 끝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