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수 임용 이후 첫 학기 후기 (2탄): 아쉬웠던점
2탄에서는 조금 아쉬웠던 점들이다.
#4. 여유없는 강의 준비 (부제: 교육 시수)
• 국립대학교는 한 학기에 의무적으로 9시수의 강의를 해야한다. 이는 3학점 짜리 세 과목을 의미한다 - 다행히도 첫 학기에는 3시수를 감면 받아서 나는 다행스럽게도 두 과목만 준비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
•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준비하는 강의는 정말 만만치 않았던 듯하다. 방학때 16주차의 강의 계획서를 어떻게 기획하느냐에 따라 한 학기가 정말 크게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 내가 맡은 과목 두개 중 하나는 그래도 나름 전공을 살렸던 과목이여서 나름 수월했으나, 다른 과목 하나는 누군가를 가르치기에 나 역시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았던 과목이었다..!
• 덕분에 중간고사 이전까지는 하루살이처럼 살았던 것 같다. 오피스에서 밤도 꽤 많이 새고, 그날 오전 강의를 마치면, 그날 오후부터 다음날 강의준비가 반복되는 한주 한주 였던 듯하다.
• 학습효과 & 판서/필기에 대한 요령이 생겨서인지.. 중간고사 이후부터는 조금씩 숨통이 트였던 것 같고, 동영상 강의로 해외 학회 출장주차도 무사히 소화할 수 있었다.
• 웬만한 연구 중심 대학이 아닌 이상, 나의 가장 중심이 되는 역할은 후학을 올바르게 양성하는 것임을 느꼈다. 꽤나 보람이 있는 역할이며, 올바른 역할을 수행하시는 교수님들은 존경받을 만하다.
• 강의 준비를 하면서, 내가 놓쳤던 많은 부분들을 채워가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학부 시절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과목 들에 대해 조금 더 큰 높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었고, 새로운 과목을 준비하면서 "강제로" 시간을 내어서 여러가지 나의 연구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는 토픽들에 대해서도 공부할 수 있었다. - 이러한 점들에 대해서는 꽤나 만족이다. 누군가를 교육하는 과정이야 말로 본인을 가장 투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듯하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누구에게 가르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한 학기가 끝나고 나니, 16주차를 보낸 강의자료를 만들수 있었다 :) 내년 가을학기에는 이 자료를 업그레이드해서 보다 수월하게 강의 준비가 될 수 있을 듯하다.. 통상적으로 3년 정도는 지나야 수업에 대해 안정이 된다는 얘기들을 들었다. 내가 강의해야 하는 과목들이 바뀌기도 하고, 예를 들면, 안식년 등을 떠나신 동료교수님이 있으면 대체 강의를 해야하기도 한다. 같은 과목을 강의하더라도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학생들과 호흡을 맞춰가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 25년도 1학기 시간표와 함께 나의 시수를 배정 받았다. 총 14학점 - 대학원 과목 없이 학부 전공 선택 과목 (대부분 코어 과목) 5과목을 맡았다...! 다음학기에도 학기 중에는 연구는 많이 내려놓더라도 조교수 레벨에서 제대로 다지고 갈 수 있는 교과목 강의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듯하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임용되었으니, 앞으로는 더 긴 템포로 커리어를 디자인해갈 필요가 있다.
• 오히려 조교수 시절에 교과목 강의 자료를 다양하게 만들어놓고 경험해놓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쁘지 않은 듯하다. 30년 이상 남은 교수 생활의 초반 몇 학기 정도는 충분히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
#5. 행정/잡무와의 싸움
• 행정을 포함하여 잡무들에 투입되는 굉장히 많았고, 한 학기 동안 적응하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일들이 벌어졌다.
• 업무 하나하나의 난이도가 높지는 않지만, 연구 등과 같은 덩어리 시간이 들어가는 일들에 집중할 수 있는 틈을 주지 않는 듯하다.
• 업무 시간 동안은 연구는 차치하고, 강의준비 조차 쉽지 않았던 듯하다...! 코러스 시스템 적응을 포함한, 공람읽기 & 교수법 수강 & 각종 온라인 교육 & 비교과 프로그램 운영 & 학부생 교과개발 프로그램 지도 & 커리큘럼 재검토 및 학과 교과목 개편 논의 & 학생 학업 상담 & 학생들 연구실 입학 상담 & 학과 레벨 회의 대리 참석 등등.. 학교라는 거대한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워가는 중이다.
• 그리고 초기 연구실 및 랩을 셋팅하기 위해 여러가지 사무비품 & 기자재 들을 구매하는데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들였다 - 단순한 행정처리를 위해서..!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는 것은 나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빨리 익숙해서 빠르게 처리하는 법을 배우는 것 외에 방법은 없는듯하다. 행정선생님/조교선생님들이 엄청나게 많이 도움을 주셔서 이부분에 대해서는 늘 감사하다.
• 긍정적으로 생각할 점은 나에게 허용된 예산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돈을 쓸 수 있었다는 점이고, 아쉬웠던 것은 이러한 예산 마저 줄어든 금액이라는 것.
• 행정 처리하면서 가져야할 마음 가짐은 "지혜"인듯하다. 화내지말고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6. 타지에서의 적응 생활/운전
• 타지에서의 적응 생활과 운전은 사소할 수 있지만 적응하는데 고생을 좀 했던 듯하다.
• 운전 연수를 받고 처음으로 운전하게 되면서, 사회생활을 늦게 시작한 고생을 뒤늦게 시작하게 되었다. 주차는 아직도 서툴고, 장거리 운전을 조금씩 적응 중이다.. ㅎㅎ
• 연고 없는 타지에 와서의 적응 역시 아직 해결하지 못한 숙제이다 - 학교에서 제공하는 게스트룸에서 한 학기 잠만 간신히 자면서 출근해서 내가 해야 하는 교욱 서비스만 간신히 수행했던 듯하다. 방학 동안 숨통이 트였지만, 방학 때 또 해야할 여러 가지 일들을 부지런히 해둬야 된다.
아쉬운 점을 다시 정리해보니.. 익숙치 못한 경험들에 대해 적응하면서 겪는 어려움들인 듯하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리라 믿는다 :)
첫학기 후기 2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