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포닥 연구 일기/포닥 일기

[연구 일기] 좋은 PI가 갖추고 있는 몇 가지 특징

Jinsustory 2023. 4. 7. 02:37

23.04.06
 
0. 서론
두달만에 그룹 미팅에서 나의 발표 차례가 왔었고, 35~40분 15슬라이드 가량 분량의 발표를 했다.

매주 진행되는 교수님과의 개별 미팅에서는 내가 얼마만큼 연구가 진척되었는지 잘 체감이 되지 않았던 것 같았는데,

두세달 전 그룹 미팅에서 내가 발표했던 자료를 되돌아 보니, 그래도 뭔가 진도 나간게 있구나 싶었다.

포닥 신분으로써, 난 현재 PI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 행운이다.

오늘 그룹/개인 미팅자리에서도 여러 귀중한 코멘트들을 받았는데, 그간의 경험들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포스팅을 남긴다.


좋은 PI가 갖추고 있는 특징을 몇 가지 정리 해보았다. 부제: 내 PI 관찰일기

1. 연구 관련

 1a. 수식으로써 표현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 전공 특성상 수식을 굉장히 많이 사용하는데, 수식으로써 명료하게 표현된 것을 두고 디스커션이 가능하다는 것은 굉장한 축복이었다.
• 나는 수식으로써 의미전달을 하였고 (이로써 어느정도 영어에 대한 핸디캡을 극복하려는 시도..), PI는 더 나은 수식을 제안해주는 식으로 미팅이 진행되어 의사소통이 굉장히 명료했던 것 같다.
• 더 나은 수식이라함은? 탄탄한 이론적 배경 / 보다 정확한 현상에 대한 표현 / (혹은) 논리 결점에 대한 지적 등.
• 특히 PI가 제안해주는 방법론/이론 등을 배우는 과정에서 내가 학위 과정동안 빵꾸가 났었던 알맹이들을 계속해서 채워가는 중인데, 이 부분이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내가 나중에 학생들을 지도한다면 닮고 싶은 덕목이다.
• Formulation & documentation은 결국 고스란히 원고의 Methodology가 되고, PI와 나눴던 모든 대화들은 정제되어 Methodology의 discussion point가 된다.

 1b. 나의 계산 결과/수치에 대해 디스커션이 가능하다.
• 1a와도 굉장히 비슷한데, 결국 내가 제시한 수식으로써 계산된 결과를 가지고도 2차적인 디스커션이 가능하였었다.
• 나로써는 이것이 굉장히 신기하다고 느껴졌는데, 30년 이상의 대가에서 나오는 바이브는 무시할 수 없는 듯하다.
• 다시 말하면, 큰 그림에서 본인이 예상하고 있는 결과를 바탕으로 나의 결과를 검증해 줄 수 있었다.
• 내 계산값이 예상 오차안에 결과가 있는지 /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재검토를 요청하였고 (= 이 과정에서 여러 실수를 교정했던 경험이있다! 혹은 두 가지 실수가 서로 상쇄되어 PI의 스크리닝을 통과했다가 둘 다 잡아냈던 신기한 경험도 있다) 이런 경험들은 소중했던 것 같다.
이러한 결과로부터 여러가지 후속 논리를 전개하고 인사이트를 확장시키는 방법에 대해 알게 되었던 것 같다.
• 이러한 내용들 역시 고스란히 원고의 Results and Discussion으로써 채워진다.
• 내 지난 논문들을 보면 디스커션을 추가하라는 코멘트를 많이 받았었는데, 그런 갈증이 많이 해소된다.
어찌보면 외국 연구자들은 한국 연구자들보다 같은 결과를 가지고도 더 풍부하게 디스커션을 하는 것 같고,  문장/표현력이 좋은 것 같다. 이런 것을 잘 배워야 같은 논문을 써도 인용도 잘 되고, 논문이 보다 쉽게 통과된다.

 1c. 올바른 표현/키워드를 제시해준다.
• 1a의 연장선인데, 결국 내가 부족했던 키워드 위주로 가이드를 해줌으로써 이론적 공백을 메꿀 수 있게 지도를 해주신다.
• 새로운 방법론을 한 가지 더 적용하여 첫 번째 논문의 최종결과를 마무리 지으려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화였는데, 내가 ' XYZ 방법론은 처음이라 이해가 쉽게 되지 않았다.'라고 하니, 교수님께서 미팅이 끝나고 바로 책장에 있는 원서 한권을 바로 꺼내주셨다 :)
• 새로운 방법론을 통해 확장하고, 내가 이전에 습득하였던  것과 결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다른 연구실로 떠나서 연구해야 하는 이유이다 - 학문의 다양성 & 본인 스스로의 연구 포트폴리오 확장
 
 1d. 연구 네트워크를 확장시켜준다.
• 1c의 연장선으로써 - 내가 새로운 방법론 / 이론 등을 적용하려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는데,  PI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나에게 직/간접적인 도움을 준다.
• 때로는, 인물 소개 혹은 계산 결과에 대한 교차 검증 등을 통해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도 하였고,
• 나와 유관한 연구자들이 투고한 출판 연구물들 (때로는 피어리뷰 심사에 참여시켜서 더 가깝게 연구를 들여다보게 도와준다)을 공유해주기도 하는데 - 이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네트워크가 얼마나 넓은지 / 어떤 최신 연구들이 있는지 가장 앞단에서 볼 수 있었다.
• 대가를 등에 업고 여태까지는 고려하지 못했던 TOP 저널 출판 역시 노려볼 수 있겠다.
• 비슷한 연구를 하는 분야 사람들끼리는 국적/기관이 다르더라도 알게 모르게 다 연결되어있구나를 많이 느낀다.
 
 1e. 아이디어 제안 및 여러가지 시도들에 대해서 존중해준다.

• 어떤 코멘트를 주던지 그 전에 나의 발표를 끝까지 들어주셨던 것 같다.
• 이런 것들이 결국 PI를 잘 따르게 만들고, 리스펙하게 만드는 것 같다.
 

2. 연구 이외의 것들

생활적인 부분에서도 몇 가지 만족스러웠던 것들이 있는데, 나의 인격 수양함에 있어서도 배울점이 있었다.
 
2a. Small talk
• 짧은 영어로 PI와 스몰톡을 조금씩 나누는 것은 - 외노자로 살아가는 나에게 연구자 뿐만이 아닌 다른 페르소나를 키우는데 도움을 주었다.
• 너무 무거운 존재로만 느끼지 않고 대화를 조금씩 풀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여기와서 생활은 어떤지 / 컨디션은 어떤지 / 잡다한 이야기들을 큰 부담으 느끼지 않고 나눌 수 있게 된 듯하다.

2b. 생활 및 근무에서의 유연성을 보장해준다.
• 내 라이프 스타일 / 미팅 시간 / 근무 시간 등에 대해 일절 터치한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 부분은 국적불문 PI-by-PI인 듯 하다. (운이 좋았다)
 
2c. 강요가 아닌 제안을 한다.
• 아직까지의 내 모습은 YES맨이긴 하였으나, PI는 무엇인가를 제안하기 전에 항상 내 의견을 먼저 구하였고 - 제안이 나로써도 충분히 납득할 만한 것들이었던 것 같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이라 거절하기 쉽지 않았다.
 


 

한 줄 요약: 독립 PI가 되고 나서 중-장기적인 나의 롤 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

 

 
 
PI와의 첫 번째 논문의 마지막 피규어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해 최종 논의를 남기고 있는 상황이다. :)

6월 이내로 피규어/원고 작업을 마무리하고 열매 수확 두 번째 시리즈를 업데이트 예정!

 
(열매는 언제 수확해야 하는가? (1탄) 링크 - https://jinsustory.tistory.com/397)

 

[연구 일기] 열매는 언제 수확해야 하는가? (1)

23.03.16 오늘은 PI와 미팅이 깔끔하게 잘 끝났던 날이다. 그리고 여태까지의 결과로 작지만 독립적인 한 가지 연구 주제에 대해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새로운 주제로 연구를 시작하게 되면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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