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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의 여정 끝에 크리스마스 이틀 전 디펜스를 마무리하였다.
크리스마스날 여유롭게 디펜스와 함께 지난 날을 잠시 회고해본다.
[1] 2020년: 박사 학위 프로포절 이후 1년.
박사 학위 프로포절을 했던 시점을 돌아보니 2019년도 겨울이었다. 꼭 2년이 지났고, 그 사이에 운이 좋았던 것인지 주제가 갈아엎어지지 않았다. 프로포절 당시 제안했던 연구 아이디어는 입학 당시에 나에게 주어졌었던 미션이었으니, 시작부터 마무리하는데에까지 꽉찬 5년이 걸린셈이다.
포기하지 않고 그 주제를 끝맺음 지으려는 마음을 유지할 수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
프로포절 당시에만 해도 정말 그럴듯한 제안 정도로만 제안하였던 연구 주제였다. 교수님분들은 구성과 논리 전개에 대해서 밖에 코멘트를 주실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내용에 대해서논할 수 없었을 만큼 연구적인 진척도가 없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프로포절 후, 연구 주제의 가장 큰 퍼즐 조각을 찾아서 투고했으나 개제 거절당하였고 2020년 한 해 동안은 긴 터널속으로 들어가서 뜯어 고치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 때 입학한지 4년이 되었는데, 제대로된 성과는 하나도 없었고 졸업에 대한 불안감과 밀려들어오는 과제의 쓰나미 속에서 굉장히 예민했던 시기였다. 슬슬 나와 가까웠었던 연차의 선배들이 하나씩 졸업하는 것을 보고 내가 뭐가 문제였는지 내 전반적인 과거를 복기했던 기억이 난다. 연구 주제가 문제였을까, 방법론이 잘못된 걸까, 애초에 무리한 계획이었던 것이었던 걸까, 왜 나만 이렇게 산학과제를 많이 하는 걸까 등등. 온갖 이유와 핑계를 나로부터 또 나의 바깥쪽 상황에서 찾았던 것 같다. 정신상담도 받았었고, 코로나도 있었고 꽤 어두웠던 한 해였던 것 같다.
[2] 2021년: 터널 밖으로
그렇게 2021년이 되었다. 올해 초 2월 정도, 첫번째로 개제 거절당하였던 논문을 칼을 갈고 다시 투고했다. 그것이 내 학위 논문의 Part I이 되었다. 그 논문은 10개월의 심사를 거쳐 2021년 12월 11일 개제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2월에 첫 논문이 투고된 이후 연구 진행 속도가 빨라졌고, 여름방학까지 Part II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이 때 준비했던 원고는 함께 공동연구하였던 포닥형의 mother 논문의 심사가 꽤 길어지는 바람에, 결국 아직까지도 세상 바깥에 나오지 못하였다. 이렇게 여름 방학이 흘러갔다.
여름 방학에 내 연구를 확장시킬 수 있는 아이템을 찾을 수 있었고, 공격적으로 공동연구를 제안했다. 꽤 빠르게 연구가 진행되어 논문 투고까지 할 수 있었다. 이 것이 내 학위의 Part III가 되었고, 8월에 투고하였던 논문이 11월에 억셉트 되었다. 내가 프로포절 당시에 제안했을 때는 Part I-II였는데, 갑자기 Part III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해서 졸업 요건 SCI (또는SCIE) 3편을 채우고 정말정말 간신히 정규 권장 학기(=10 학기)에 맞춰서 졸업을 할 수 있게 된다.
10월 이후 가속도가 붙었는지, 최근에 합류했던 다른 포닥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였고 2주만에 원고를 완성하여 빠르게 논문을 투고할 수 있었다. 현재 status는 under review.
그 이후 다른 연구 테마들의 논문 작성에서도 가속도가 붙게되었다. 라이팅 / 논문 구정 및 스토리 전개 / 피규어 뽑기 등 논문 작성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에서 시간들이 줄어들었다. Manuscript 두 개가 올 해 안에 추가로 나올 예정.
[3] 디펜스 자료 준비 및 구성
프로포절 주제가 바뀌지 않아서인지, 디펜스 자료를 구성하고 관련 figure & table을 구성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Part I ~ III합치고 보니, 나름대로의 스토리가 구성되었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한 달전 교수님들의 스케줄 조율과 리마인더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고, thesis를 완성해서 스프링제본을 심사 일주일 전에 교수님들을 찾아뵙고 전달드렸다. 나름 분량이 나올줄 알았는데 150 PAGE, 인용문헌 100개 수준이었다. 조금 아쉬웠지만, Part I ~ III사이에 겹치는 인용문헌이 꽤 많았던 것 같다.
프로포절 당시 심사위원 교수님 다섯분 모두 변경되지 않았고, 나의 주제 역시변경되지 않았기에 디펜스는 너무나도 수월했다. 연구에 대한 공격적인 질문은 하나도 받지 않았고, 건설적인 질문을 많이 해주셨었다.
[4] 디펜스 코멘트
5년 동안 했던 발표 중에 가장 많은 교수님들이 참석하셨던 발표였다. 이 때 나왔던 질문들도 있었고, 또 앞으로의 인생과 연구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해주셨다. 내가 우리 연구실을 문닫고 졸업하는 상황이었고, 또 혼자 디펜스를 진행해서 그런지 발표 35분 이후 질문 30분, 그리고 인생 조언과 앞으로의 마음가짐에 대해 또 25분 정도 교수님께서 조언을 해주셨다. 거의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을 할애해주신 것이다. 감사하게도 아직 기억이 많이 남아있어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던 말들을 기록해두려 한다.
연구 질문
1. 연구 방법론 중 가장 핵심적인 퍼즐조각에 대한 검증이 풍부하게 되었는지?
2. 검증된 수치 비교에 대해 잘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한 설명 (또는 해명)
3. Part I – III 를 엮어보았을 때, 본인이 생각하는 정답 (혹은 제안할 수 있는 솔루션)은 무엇인지? (두 교수님분들의 공통질문)
4. 큰 관점에서 Part I – III의 결론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고 보여지는데 이에 대한 설명 (또는 본인의 의견)
연구 이후 향후 계획
5. 본인이 했던 주제를 어떻게 확장시킬 것인지?
6. Future work을 보면 아직 학위 주제가 마무리 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7. 본인이 진행했던 연구 필드의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
8. 졸업 후 진로 계획?
연구자로 살아가고자 하는 프레쉬 박사에게 하는 조언
9. 박사학위는 마치 운전면허 같은 것임. 사고 나지 않게 , 고속도로도 다녀보고 비탈길도 다녀보고 앞으로 많은 경험을 쌓기를. Ph.D. is not enough, just beginning.
10. 사냥꾼과 사슴의 이야기: 사냥꾼이 총을 들고 사슴을 잡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사슴의 꽁무니를 쫒아가며 잡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사슴이 올 골목에서 기다리면서 나를 준비된 상황으로 만드는 것이다. 첫 번째는 굉장히 힘이 많이든다. 특히, 사슴보다 빨라야 한다. 그리고 follower가 될 수 밖에 없다. 반면 두번째는 그렇지 않다. 너무 대세에 따르려고만 하지 말 것. 연구의 사이클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명심.
11. 고흐와 피카소
같은 맥락으로, 내 연구가 언제 빛을 볼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임. 고흐는 본인이 죽고나서야 엄청난 평가를 받게 되었음. 피카소는 생전에 그런 명예와 부를 누릴 수 있었음.
12. 상대방과 세상의 잣대로써 나를 평가하지 말기를.
이어지는 맥락으로써, 내가 세운 기준을만족했으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쌓아갈 수 있도록 할 것.
13. 학생으로써의 본분은 논문이었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
학생 때 SCI 논문 몇 편쓴 것은 학생이니 당연한 것. 사회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벌 수도 있고, 살아갈 수 있음. 꼭 연구만이 정답은 아님. 연구계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정치적인 파워 싸움이 있음. 기술개발과 벤처에 도전해보는 것도 고려해봄 직함. 교내 교수님분들도 벤처 회사를 통해 수백억단위의 자산을 쌓은 분들도 많다고 한다.
14. 내 전공 필드에 대한 조언
2차 산업 혁명이후 역사적인 트렌드와 산업의 발전 동향이 현재까지 어떻게 되는지 짚어주셨다. 그러면서 왜 내 전공 필드가 앞으로 다시 빛을 발할 수 있는지 알려주셨다. 감사한 말이었고, 또 응원과 힘이 되었다.
미국과 중국간의 phase transition, 기술의 연구 개발 및 생산, 그리고 정치-경제적인 문제가 복잡하기 얽힌 파워게임 속에서 어찌보면 내 전공의 사이클이 온 것이다.
모든 조언들을 종합해서 보다 큰 시야를 가져보자.
마지막 학기에 모든 포텐셜이 터지면서, 교내 펠로우십도 받을 수 있었다.
이로써 박사일기는 끝. 포닥일기에서 2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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