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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ntroduction

박사 학위를 받기 이전보다 한 가지 마음을 더 급하게 만드는 것이 생겼다.

논문 출판 "속도"이다.

끊임없이 완성된 출판물로써 연구 결과를 증명해야 하는 것이 포닥 숙명이기에... 마음이 괜히 급해진다.

대학원생 때는 졸업이 한학기 늦춰지는 정도의 정신적 데미지였던 것 같다.

물론, 그 때도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았던 기억이 있다. (ft. 불면증)

포닥 때는 PhD year가 흘러가면서 외부에서 본인에 대한 증명을 요구하고, 프레시 포닥에서 고년차가 올라갈 수록 기대 퍼포먼스와 외부 평가가 달라진다.

심지어 리서치 펀딩 제안서 및 각종 지원 자격에서 박탈당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반복되는 리젝트와 끝이 보이지 않는 언더리뷰 상태는 몇달을 금방 소비하게 되고 정신적으로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게 된다.


오늘은 반복되는 일곱 번째 논문의 리젝과 길어지는 여덟/아홉 번째 논문의 언더리뷰에 대한 고찰이다.

 

여덟번째 논문: 반년 동안 언더리뷰인 상황이다..!
아홉번째 논문: 언더리뷰이지만 실상으로 리뷰어를 구하지 못한 상황이다. (출판에서의 bottleneck 구간)



2. 피어리뷰 프로세스 (Peer-review process)

내 연구를 "나만큼 잘 알지 못하는" 타인이 내 글을 읽고 심사해준다는 것이 최소한의 논문으로서의 조건이라는 전제 하에 피어 리뷰 프로세스가 존재한다.

피어리뷰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하고, 이 과정에서 생긴 여러 가지 쟁점 (익명성 / 공정성 등등)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기로 한다.

나를 포함한 궤도에 오르지 못한 변방의 연구자들에게 남겨진 숙제이다.

에디터 입장에서도 저널 입장에서도, 리뷰어들의 의견을 구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decision을 내리는 것은 꽤나 합리적이다.

원고의 질을 높일 수 있기에 (물론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투고자 입장에서도 합리적이다.

피어리뷰를 올바르게 그리고 빠르게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 깨닫게 되었다.


3. 리뷰어 추천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디터는 1차 스크리닝 이후에 리뷰어에게 넘기게 되는데, 이 때 리뷰어를 여러명 골라서 초대한다.

에디터의 재량 (=에디터가 확보하고 있는 리뷰어 풀, 네트워크, 명성 등)과 투고 시에 내가 제출하였던 suggested reviewer에 기반하여 리뷰어를 초청하게 된다.

학생 때는 추천 리뷰어를 고르는 것이 귀찮게 느껴져서 대충 했던 것 같다.

지금은 몇 가지 기준을 도입해서 보다 신중하게 리뷰어 추천을 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니 아래와 같은 기준으로 공을 들여서 리뷰어 추천을 했던 논문들은 심사가 일찍 종료되었다.)

 - 내 논문에서 인용하였고, 최근 까지 활동을 한 기록이 있는 연구자에서 고른다.
 - 내가 위에서 언급한 "최근"의 주관적인 기준은 1년이다.
 - 너무 유명한 사람은 거른다.
 - 내 연구 주제와 관련성과 위의 조건을 "AND"로 충족시키기에 쉽지 않다.
 - 따라서, 내 연구 주제의 키워드로 풀을 넓히고, 해당 리뷰어의 입장에서 내 논문을 이해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 이러한 기준으로 (최대) 다섯명을 뽑아본다.
 - 커버레터에 이를 빡세게 적는다.


4. 에디터와 리뷰어는 자원 봉사자임을 잊지 말자.

에디터와 리뷰어 모두 자원봉사자로서 학계에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에디터의 입장에서는 내 논문의 리뷰어를 발벗고 찾아줄 이유가 없다.
 => 에디터의 수고스러움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을 3번에서 적었다.
 => 에디터 보다 투고자 본인이 보다 더 정확하게 관련있는 리뷰어를 제안할 수 있기 때문에, 추천 리뷰어를 넣는 과정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자.

리뷰어의 입장에서는 내 논문을 흔쾌히 심사해줄 이유가 없다.
 => 리뷰어의 입장에서 본인 연구를 인용하고, 관련성이 높다면 피어리뷰 승낙확률이 올라간다.


여러 편의 논문을 써본 이후에서야, 논문 프로세스에 대해 피부로 깨닫기 시작한 것 같다.

사소한 요소들 하나하나들이 논문 작성 초기단계부터 고려되어, 원고를 작성해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